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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강자의 성공 비결 ‘액션 룰’
기사입력: 15-03-18 13:28   조회2040  
명확한 기준 있어야 신속한 결정 가능…M&A 실패 53%, 사후 처리가 원인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규모는 전년보다 약 47% 증가한 3조3400억 달러(약 3600조 원)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로 증가한 것이다. 제법 규모가 큰 것으로, 미국 통신 업체 AT&T가 위성방송을 제공하는 디렉TV를 670억 달러(약 73조 원)에 인수한 것 등이 눈에 띈다. 올 들어서도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바이오 전문 제약사인 호스피라를 170억 달러(약 19조 원)에 인수했다. 또한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엑슨모빌이 업계 3위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 대한 M&A를 검토하는 등 올 한 해도 글로벌 M&A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에 삼성과 한화의 2조 원에 가까운 ‘깜짝 빅딜’이 이뤄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화는 빅딜 이후 석유화학·태양광·첨단 소재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면서 포장재·건자재·제약 등 비핵심 사업 부문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KT도 KT렌탈을 매물로 내놓아 롯데가 인수했고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데 이어 광양제철소 LNG터미널, 포스코우루과이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역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올 한 해 M&A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A에 적극적인 기업이 장기 생존
기업의 성장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기적’ 성장으로, 기업 자체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외부 역량을 활용해 성장하는 ‘비유기적’ 성장인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M&A다. 조금 오래됐지만 경제 전문지 포천에서 M&A의 유용성을 조사한 것이 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년간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순위 변동과 M&A 활용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0년간 순위를 유지한 236개 기업 중 61%가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반면 순위를 유지하지 못한 175개 기업은 31% 정도만이 M&A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M&A는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크게 영향을 주는 효과적인 전략 수단으로 인식된다.

시스코는 1984년에 설립된 이후 성장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M&A를 활용해 왔다. 세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존 챔버스의 주도로 2013년까지 약 166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M&A 성공률이 무려 90%가 넘는다. 챔버스 CEO는 “대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빠른 기업이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며 경영의 스피드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 신속하게 외부의 인재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M&A를 핵심 전략으로 선택해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시스코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규칙(rule)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M&A를 경험하면서 성공하기 위한 공통점을 깨달았다. 그것은 문화적 통합과 기술적 역량의 중요성이었다. 따라서 시스코는 직원이 75명 미만이고 엔지니어가 전체 직원의 75% 이상인 기업이라면 즉시 인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M&A가 쉽지만은 않지만 몇 가지 원칙을 잘 준수한다면 시스코처럼 성공률을 높이고 기업 성장의 핵심적인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M&A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M&A의 목적과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기대할지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다. 조셉 바우어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M&A가 실패하는 이유는 그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무작정 M&A에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베인앤드컴퍼니의 2009년 조사 결과는 이러한 논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실제로 M&A를 진행한 기업의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A 이전에 목적을 충분히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약 40%는 뚜렷한 논거가 없었다고 답했다. 단지 29%만이 투자에 대한 논거를 고려했다고 한다.

대상 기업이 속한 시장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무턱대고 진행해서는 큰코다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장기적 플랜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회사인지, 우리 회사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실무자에게 전권 준 넥슨, 경쟁자 따돌려
그러나 한편으로 방향에 부합하더라도 과도한 M&A 대가를 지불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은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일정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그런데 맥킨지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이뤄진 약 1500건의 M&A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60%가 지나치게 비싸게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2000년에 냇웨스트, 2002년에 퍼스트액티브와 처칠을 인수하면서 세계 5위 은행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 중반 RBS는 증권·투자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ABN암로 인수를 추진했다. 그런데 이 인수전에 바클레이즈가 뛰어들면서 인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 RBS는 금융계 사상 최고 금액인 710억 파운드를 지불하고 ABN암로 인수에 성공한다. 그러나 실사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부실이 드러났다. 이것이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RBS의 부실로 이어졌다. 결국에는 535억 파운드라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이는 금융권 최대 규모의 공적 자금으로, RBS는 ‘세계 최대 구제금융 은행’이라는 오명까지 갖게 됐다.

M&A 이전에는 거대하게 보이던 시너지가 실제 M&A 후에는 실체가 없거나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사 능력 이상의 M&A를 시도해서는 곤란하다. 한편으로 어떠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대상 기업 인수가 회사의 전략과 일치하고 적정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면 신속하게 M&A를 진행해야 한다.

M&A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다음 조건은 협상 기간을 단축하라는 것이다. M&A에 대한 뚜렷한 발표나 결정 없이 소문만 지속된다면 자사뿐만 아니라 대상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불안감에 흔들리게 된다. M&A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불안감은 생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모 증권사는 2003년부터 M&A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다가 2005년이 돼서야 M&A가 발표됐다. 2년 동안 종업원들은 M&A 이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그 와중에 잘나가는 핵심 인재 100여 명은 이미 자기 길을 찾아 조직을 떠나고 말았다.

M&A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행동 규칙(action rule)을 가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시스코의 ‘직원이 75명 미만이고 엔지니어가 전체 직원의 75% 이상인 기업이라면 즉시 인수한다’는 원칙이 여기에 해당한다. 행동 규칙은 ‘우리 기업의 상황과 자원 등을 고려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몇 가지를 정해 놓은 규칙’을 말한다. 이는 각 기업의 고유한 경험과 업종에 따른 수익 창출의 본질적 요소 등을 고려해 만들 수 있다. 복잡한 분석 대신 인수하려는 기업이 행동 규칙의 기준을 통과한다면 신속하게 진행한다.

게임 업계는 게임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가 매우 빠르게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매사에 스피드가 중요하다. 넥슨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행동 규칙을 가지고 있다. M&A 추진 시 전권을 콘텐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보유한 실무진에게 준다는 것. 따라서 경쟁자들이 인수 대상자가 의사 결정 후 보고하고 결재하는 등 시간을 소요할 때 넥슨은 실무진이 최종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경쟁사를 따돌리곤 한다.

핵심 인재 이탈은 M&A의 실패 신호
이랜드그룹은 M&A를 통해 급성장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인수한 기업이 2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미국·영국·이탈리아·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또한 만다리나 덕·케이스위스·코치넬리 등 세계적인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랜드그룹 역시 M&A에 대한 행동 규칙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현지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M&A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경험과 업의 특성을 반영한 행동 규칙을 사전에 고민하고 활용하면 보다 용이하게 의사 결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M&A는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7년 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의 조사에 따르면 M&A의 실패는 사후 단계에서 53% 이상 발생한다. 즉, 합병 후 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 단계에 가장 많은 실패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PMI의 실패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인재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M&A는 의도대로 성공했지만 정작 필요한 인재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빈껍데기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미국과 독일의 세기적 결합으로 불렸지만 실패했다. 이는 서열 중심의 독일과 성과 중심의 미국 문화 간의 충돌로 크라이슬러 경영진과 우수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M&A는 최소한 하나의 조직과 또 다른 조직과의 만남이다. 따라서 이 두 조직은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제도가 상이하다. 이뿐만 아니라 두 조직을 이끌어 왔던 문화 또한 다르다. 이 때문에 제도적·문화적으로 부드럽게 통합해 나가는 게 PMI의 핵심 과제다. PMI 단계에서는 속도가 적이 될 수 있다. 단칼에 무를 토막 내는 방식보다 은근히 곰국을 끓이는 방식이 오히려 성공률을 높인다. 신한금융이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하고도 3년간 합병을 미룬 것은 좋은 사례다. 이 기간에 상이한 조직 체계, 직급 체계, 임금 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통합했다.

제도적 통합을 넘어 문화적 통합을 위해서는 피인수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문화를 전파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어야 한다. 자사의 문화를 무조건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두산은 그룹의 경영 가치를 집약한 ‘두산 웨이’를 완성한 뒤 이를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 인수로 단기간에 글로벌 회사로 크다 보니 2만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지향할 기업 문화와 가치가 절실해서다. SK 또한 M&A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SK도 그룹의 경영 원칙과 체계를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과 수펙스(SUPEX)로 정립하고 이를 PMI 과정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 SK그룹으로 편입된 후 괄목할만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SK하이닉스도 PMI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규모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M&A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M&A에 대한 문화적인 거부감을 탈피하고 앞서 언급한 몇 가지 포인트를 잊지 않는다면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2015년 3월 11일 한경비즈니스에도 게재됐습니다. (기사 보러가기)


강성호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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