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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 줄여라? ☞ 의미있게 만들어라!
기사입력: 15-04-17 16:56   조회6234  
경영학 카페

대기시간만 줄여주면 불편 해결? 고객입장 무시한 공급자적 시각
차례가 가까워졌을 때 알려주고 고객의 궁금증 알기쉽게 풀어줘 하릴없이 버리는 시간 없애줘야

# 장면1. 전광판을 바라본다. 손에 들려 있는 번호표를 바라본다. 계속 반복한다. 눈에 핏줄이 서려 한다.

# 장면2. 띵동 소리가 들린다. 내 번호인가 확인한다. 아직 멀었다. 화장실이 급하지만 자리를 비우기 두렵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병원과 은행이다. 두 곳 모두 창구의 혼잡함을 줄이기 위해 번호 시스템을 도입했다.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전광판을 큼지막하게 걸었다. 혹여 번호를 놓칠세라 소리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불만이다. 왜 이렇게 내 차례가 안 오나? 내 번호가 지나가면 어쩌나? 심지어 이런 경우 다시 번호표를 뽑으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는다. 뒷 번호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천신만고 끝에 내 차례가 되면 할당된 시간은 길어야 10분이다. 이거 하자고 몇십분을 기다린 결과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빨리빨리 돌린다.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은행의 경우 창구 업무가 필요치 않은 고객은 입구에서부터 현금자동인출기(ATM)로 유도한다. 병원의 경우 3분 진료, 5분 진료를 한다. 오전 세 시간 동안 40명이 넘는 예약 환자가 잡혀 있다. 모두 고객의 기다리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고객도 만족할까. 진료실 앞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이유는 아프기 때문이다. 왜 아픈 건지,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난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덜 아픈지 등. 궁금하고 불안한 마음을 풀어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5분도 안돼 진료가 끝났단다. 은행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기다리다 겨우 창구 앞에 앉았다. 인터넷뱅킹, 폰뱅킹으로 모든 것이 다 되는 요즘 은행에 온 이유가 있다. 온 김에 통장 정리도 하고, 공과금 납부하고, 서류 작업하고, 요즘 어떤 금융상품이 나왔나 상담도 하고…. 그런데 창구 직원은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고 다음 손님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 앉아 있기도 눈치 보인다. 나도 조금 전까지 창구에 오래 앉아 있는 고객을 가재 눈을 하고 째려보지 않았던가. 잠시나마 사무실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시원한 은행에 와서 좀 쉬었다 가려는데 이번에도 친절한 안내 직원이 다가온다. 저쪽 기계에 가서 처리하면 빨리 끝내고 갈 수 있다고.

많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 고객 중심을 추구한다. 고객 최우선이라는 구호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정 고객 중심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은 음식을 빠르게 서비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의 경우 주문 후 음식이 서비스될 때까지의 시간을 몇분으로 단축시켰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이 시간 지체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러면 다 될까. 차를 타고 가다 햄버거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침 햄버거 가게도 보인다. 바로 들어갈 수 있을까. 아니다. 왜?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몇분밖에 안 걸린다고 불법주차를 할 수도 없고, 주차장 찾아 다니느니 안 가고 만다. 고객의 불편은 매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됐는데 매장 내에서만 친절하게 서비스한다고? 전형적인 공급자적 시각이다. 고객 중심이란 친절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으로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모 시중은행은 고객의 대기시간을 유의미하게 만들었다. 통신사와 업무협의를 맺고 은행 업무와 통신사 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한 것. 또 번호표를 뽑은 고객이 본인 연락처를 남기고 가면 번호가 가까워졌을 때 알려준다. 하릴없이 은행 점포에서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의 모 병원도 병원 내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는 환자들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환자의 시각에서 보니 대기 시간의 불편은 기다림 자체가 아니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다음에는 어떤 진료를 받으면 되는지, 검사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어렵고 복잡함이 더 문제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열심히,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서 고객을 위한다. 그러나 고객 입장이 아니라면 이 모든 노력이 별 도움이 안 된다. 무조건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닌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자는 발상의 전환, 이것이 고객이 원하는 것일 수 있다.

* 이 기사는 2015년 4월 3일 한국경제에도 게재됐습니다. (기사 보러가기)

조미나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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