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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혁신의 주역’ 정준양 회장
기사입력: 10-04-16 15:43   조회21772  
"리더란 비전(Vision)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통찰력(Insight), 철학(Philosophy)을 가져야 한다."


지난 해 가장 큰 변화를 일궈낸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철’로 대표되었던 포스코의 문화를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벤치마킹 하고 싶은 21세기형 창조문화로 바꿔가고 있는 포스코 혁신의 주역이다. 포스코는 창조경영 속에서도 원가절감과 기술력 등을 인정받아 세계 철강회사 중 제 1의 경쟁력을 지닌 회사로 최근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 CEO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우직하고 속깊은 그의 리더십 이야기, 지금 들어본다. (전 포스코 회장, 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편집자주)



Q: 너무 기본적인 질문 같지만, 회장님께서는 리더십은 무엇이고 리더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준양:
리더십이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제가 골프를 잘 못 쳐서 실수를 했습니다. 그래서 “방향은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들은 어떤 분이, “방향성을 잘 가져가는 게 리더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에 있어 방향성과 거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방향성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책에서 리더란 무엇인가를 봤는데 4가지로 정리를 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리뷰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 주세요. 첫째,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리더는 경영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 우리 회사의 방향과 기준을 보고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경쟁사와의 간격을 정확히 측정해 그 차이을 따라잡는 목표를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셋째, 위험을 예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동물적 감각이든 토론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든 관계 없습니다. 넷째, 새로운 성장 계획을 포착해야 합니다.

Q: 저는 아직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만, 목표를 크게 잡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리더로서 제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정준양:
높은 목표를 잡는 것 좋습니다. 로드맵을 그리고 직원들에게 잘 전파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높은 목표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포스코 창립 40주년에 매출 30조, 그룹 매출 합쳐 40조였습니다. 50주년 때 2.5배인 100조로 잡았습니다. 73년 창립 이후 2008년까지 매출액 그래프를 그어보니까 연간 10%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어서 그렸던 것입니다.

리더의 첫 번째 할 일은 10년, 20년 후 경영환경과 기술을 내다 보고 우리는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인가를 세팅하는 것입니다. 꿈과 목표를 정확히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CEO의 꿈과 비전, 구성원의 꿈과 비전이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혁신을 해야 목표를 이룹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무조건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바꾸겠다고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여태까지는 경영계획 목표는 누울 자리를 보고 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목표가 너무 낮았고 이건 단순한 개선이었습니다. 이제는 무조건 목표를 높게 잡고, 그 난이도를 고려해서 평가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성공사례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힌트를 많이 주고 벤치마킹을 하여 성공 모델, 역할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듯이, 혁신도 해본 사람이 하고 결국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기업 내에서 혁신을 추진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 텐데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특히 한국적인 환경 내에서 어떤 점을 생각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정준양:
새로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국적 경영 환경에서는 노사 화합이 먼저입니다. 제가 30년 간의 현장 경험으로 말씀 드리면, 한국에서는 리더가 먼저 안 하면 안 따라옵니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자기 희생을 해야 진정한 솔선수범이 됩니다. 또한, 기업 최고위층의 철학과 생각, 말단 직원들의 철학과 생각이 맞아야 해요. 만약 회사 조직이 6단계라면 5도씩만 틀어져도 30도가 틀어집니다. 그게 180도 틀어질 수도 있어요. 라인업을 해서 톱과 말단이 플러스 마이너스 5도 안에 움직여야 하는데 그 힘은 소통입니다. 공장장이나 주임을 만나면 현장과 열심히 소통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말단에게 물어보면 밑에서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합니다.

피드백 할 때에도 한국적인 풍토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기업은 연초에 개인이나 각 조직 별로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평가를 받죠. 그 평가를 S나 A정도 주면 받아들이는데, B 이하면 분명 불평불만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 왜 내가 B를 받냐 이거죠. 피드백을 잘 해가지고 마지막에 전부 S나 A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연초에 목표를 세우면 그냥 방치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체크를 합니다. 목표를 넘기면 격려, 못하면 문제 해결을 지원해주면서 조금씩 궤도를 수정해 목표를 달성하게 합니다. 이런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 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방법입니다. 미국은 괜찮습니다. 평가에 대해 승복을 잘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닙니다.

Q: 소통, 특히 노사문제에서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회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정준양:
노사문제의 근본은 소통이더군요. 내가 가진 생각이 타인과 다르다면 설득력 있게 잘 포장해서 전달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실패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는데, 내가 먼저 귀를 열고 상대 말을 잘 듣는 게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해요. 생각이 다르면 결국 평행선이 그어지죠. 내가 귀를 열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하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도 같이 따라오더군요.

중국 고사에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게 있어요. 같은 것을 구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라는 의미입니다. 소통 때 같은 부분이 있고 다른 부분이 있죠. 다른 것을 가지고 말하면 결국 안 됩니다. 다른 것은 놔두고 같은 것을 얘기해야 합니다 대화가 끝날 때 즈음이면 서로 유익한 대화라 생각하게 되고 술 한 잔 하면 더 친해집니다. 의견의 일치가 되는 게 70%라 칩시다. 처음에는 70% 같은 거 얘기를 하고 30% 다른 점은 남겨 둡니다. 두 번째 자리에서 얘기할 때 30% 중 비슷한 게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걸 얘기 하는 겁니다. 이렇게 반복을 하다 보면 서로 소통이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Q: 소통과 관련, 실제 사례가 있었나요?
정준양:
회사에서 금연운동을 했었는데 이 때도 같은 것을 많이 하고 다른 것을 적게 한다는 논리로 접근했습니다. 100명 만장일치는 불가능하죠. 만약 70:30으로 흡연자가 많으면 안 돼요. 최소한 비흡연자가 50은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대세가 되면 저절로 진행되고, 마지막에 결단을 내리면 해결 됩니다.

Q: 포스코는 다른 공기업과는 다르게 글로벌 최강으로 부상했는데요, 그 역량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십니까?
정준양:
박태준 명예회장의 리더십 때문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죠. 제철소 부지에 일단 학교 먼저 지었습니다. 수신이 가능하게 한 거죠. 박 명예회장은 사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된 것도 사심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한국 풍토에서 기업할 때 정치권 개입해서 청탁이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도 들어와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말해 원천적으로 못 들어오게 했어요. 설비청탁, 인사청탁, 자재공급청탁 모두 자르고 공정한 프로세스로 확립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다 드러냅니다. 보이면 해결할 수 있거든요. VP(visual planning)가 있어요. 담당자가 결근하면 보통 그 일을 다음날에나 처리할 수 있죠. 하지만 VP를 도입하면 옆에 사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업무를 알고 대화가 횡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됩니다. 또한 한 달 정도 정상업무와 돌발업무의 비율을 분석해서 퍼센티지를 내 봅니다. 돌발업무 많으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팀장이나 회장이 돌발지시 많이 했다는 게 되죠. 이건 회장한테 말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에요. 지금은 신년에 계획을 짜면 말단 조직의 목표와 회장, 회사 목표가 전부 다 연결되어 시기별로 볼 수 있게 해놨습니다. 이것은 조직마다 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포스코형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요?
정준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 많은 데이터를 접합니다. 필요한 데이터를 필터링해서 모으면 정보가 됩니다. 거기에 개인의 경험과 배움을 적용하면 지식이 됩니다. 그 다음에는 이해를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과거의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미래의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know what)죠. 올바른 일을 관리자가, 리더가 해야 합니다.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 이것이 포스코의 윤리경영이고 포스코형 리더라 생각합니다.

Q: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잘 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심이 별로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사심 없이 인사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정준양:
적절한 인재를 뽑고, 인사 청탁을 견제해야 합니다. 우선 사욕이 없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소신 있고 반항하지만 능력 있는’ 직원을 뽑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일단 예의는 알아야 하죠. 상사에게 어떤 식으로 설득할 것이고 어필할 것인지가 중요하니까요. 저는 그래서 1페이지 리포트를 요구합니다. 이걸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신 없고 잘 모르면 길게 씁니다. 그걸 압축해서 1장으로 요약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해당 업무에 대해 알고 소신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런 애들을 뽑아야 합니다.

회장 되는 과정에서 보는데, 사람이 신입사원에서 성장해서 톱으로 올라갈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뭔가 생각해보면 사심이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습니다. 사심이 있는 사람은 일이 다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안 이뤄지더군요. 회사를 위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면 됩니다. 회사의 비중이 더 커야 톱에 올라갈 수 있고, 그렇게 올라가야 회사를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사심이 있으면 결국 올라가도 일시적인 성장이 있을 뿐 결국 쇠락을 가져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정준양 회장은 누구?
정준양 회장은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해 생산 현장에서 주로 활동하며 기본기를 우직하게 닦았다. 입사 28년째인 2002년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포스코 창립 41주년 째인 2009년 2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후,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추진했다. 또한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을 포스코의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도입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길 만큼 묵묵히 일을 하는 성격이지만 그만큼 뚝심도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신기술이 있으면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발굴하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윤활유 부패 방지 기술 도입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기술은 광양제철소의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원가절감과 기술력 등을 인정받아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6년만에 다시 선정되기도 했다.

정준양 회장이 추천하는 책은?
정준양 회장은 기술자 출신으로 CEO까지 오른 대표적 케이스다. 그러나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정 회장은 기술자 CEO가 많지 않은 이유를 “숲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등 역사 속의 창조적 인재들의 비결을 분석한 <생각의 탄생>은 숲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라고. 창의성을 훈련해 볼 수 있다. 포스코는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고 좌뇌와 우뇌를 함께 쓰는 통섭형 인재를 요구한다. 대학교 2학년 때 이미 예비 입사자를 뽑아 미리 문과는 이과 계열을, 이과는 문과 계열을 가르치고 있을 정도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물리학과 인류의 역사를 아울러 보여준다. 137억 년 전 우주 빅뱅 이전 빅 인플레이션에서부터 오늘날 현재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우주가 탄생해서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정 회장은 “철이라는 원소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오늘의 우리가 나왔는지 종합적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라며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한다.

정리: 오지영 IGM 주임연구원 jyoh@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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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10-04-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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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도 거리와 방향성 둘중하나를 선택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지요.... 확율적으로는 방향성이 훨씬 더 유리한것 같습니다.
무위자연 10-04-20 13:13
답변  
좋은 책을 추천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부식 10-04-20 14:42
답변 삭제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희망지기 10-04-21 14:37
답변  
소통~
마음에 다시 한번 새겨 집니다.  서로의 생각을 함께 하며 귀중한 말씀 잘 감상했습니다.
     
소통지기 10-05-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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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들어오는 말씀입니다.
들마을 10-06-08 08:40
답변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history 10-07-01 06:01
답변  
좋은말씀 좋은책 추천 모두 감사합니다.
secret 10-12-08 17:43
답변  
유익하고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어귀퍼귀 11-05-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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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라는 말씀과 골프를 예로 드신 것 모두 설득적이었습니다.
샬롯 11-05-20 17:09
답변  
말씀 너무 감사하게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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