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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오 형지패션그룹 회장- 동대문상인 관찰해 ‘여성 어덜트시장’ 개척
기사입력: 10-12-30 15:47   조회7943  
잘 나갈 때 겪었던 부도위기가 오늘날 형지를 시작한 원동력


똑같은 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故 정주영 회장은 길을 걷다가도 돈을 벌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쉴 새 없이 메모를 했다고 한다. 기업가의 눈에는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것이 보이는 법인가보다. 수많은 동대문상인들 중에서도 우뚝 솟은 사람이 있다. 오뚝이처럼 넘어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도 동대문에서 시작해 3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그룹을 일궈낸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모두가 행복해지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최병오 회장이 ‘여성 어덜트 시장’을 만든 이야기와 시장을 예측하는 그만의 방법, 그를 만든 반의 반 발자국 가치관, 그리고 ‘기업가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10년 후의 꿈을 IGM이 전한다. (편집자주)



#1. 남들과 같은 나를 남들과 다르게 만든어 준 비밀은...

홍미영 IGM 비즈니스 리뷰 기자(이하 IGM): 3.3㎡ 짜리 동대문 매장에서 시작해 오늘의 패션그룹 형지를 만든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동대문상인이 있었지만, 회장님은 매출 1조를 목표로 하는 그룹을 일궈내셨는데요,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하 최병오): 글쎄요(웃음). 남들도 다 꿈과 희망, 비전이 있었겠지만 82년에 제가 동대문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나는 동대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꼭 브랜드 사업을 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희망을 마음에 새기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업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동대문 장사를 시작했죠.

당시 숙녀복 바지(당시 ‘크라운’ 바지)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상표등록도 하고, 동대문 상품을 브랜드화 시킬 생각을 해서 제품자체를 고급화시켰어요. 남들과 다르게 제품에 태그를 3개를 달기도 했고요. 옷에다 크라운의 ‘왕관마크’와 품질보증 ‘Q마크’, 순면을 나타내는 ‘純’ 표시가 들어간 총 3개의 태그(tag)를 붙여 내놨습니다. 또, 코튼 100%면 100%, 폴리에스테르가 40% 들어가면 폴리에스테르 40%, 코튼 60% 이렇게 정확하게 비율을 표시하고, 엠블렘도 부착했죠. ‘시장 옷이면 시장 옷답게 만들지 왜 그렇게 만드냐’ 하고 핀잔 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30~40대를 겨냥한 브랜드가 없었던 시절이라 품질 좋고 가격까지 싸니 잘 팔렸습니다. 소위 말해서 ‘대박’을 터뜨렸죠.

그 당시에는 대기업에서도 상표등록에 대해 많이 신경 쓰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동대문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지만 남들과 차별화 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민은 결국 저의 강력한 바람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IGM: 그렇게 잘 나가던 사업이 어음관리를 잘못해서 부도를 맞게 되었지만, 다시 재기에 성공하셨죠.
최병오:
부도는 당시 큰 사업을 하던 사람만 쓰던 당좌거래를 눈여겨보다 결국 어음에 손을 대면서 겪게 되었어요. 크라운바지는 잘됐지만 거래하던 업체가 어음을 부도 내는 바람에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버티려다 저도 부도가 났죠. 1차 부도에 이어 연쇄 부도로 이어지니 손을 쓸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나이 40이 되어서 다시 무일푼으로 돌아갔어요. 시장을 관찰하다 보니 라이선스 사업이 잘 되더라구요. 홀어머니가 아파트 33평짜리를 갖고 계셨는데 그걸 담보로 2000만원, 갖고 있던 자동차 팔아서 1000만원, 아내가 든 적금 1000만원 정도를 모두 헐어서 새로 라이선스 계약을 했죠. 그런데 잘 되던 라이센스 사업도 2년 계약이 끝나버려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종자돈과 브랜드 사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시기가 되었습니다.

#2. 지금의 형지를 만든 건, 잘 나가던 시절 겪었던 부도

IGM: 부도 이후에 ‘여성 어덜트 시장’ 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 처음에 꿈꾸시던 브랜드사업을 ‘여성 크로커다일’이라는 브랜드로 이루셨는데요. 강력한 바람을 현실화 시키게 되었던 직접적 사건이 있으셨나요?

최병오: 부도가 제겐 직접적 계기가 되었어요. 잘 나가던 시절에 경험했던 위기가 제가 가지고 있었던 처음의 꿈, 브랜드 사업의 의지를 다시 불태웠죠. 부도가 나지 않았다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벌리니, 다른 도전을 하지 않고 안주했을 거에요. 그 시절 부도를 맞지 않았다면 지금의 패션그룹 형지는 없었을 겁니다.

라이센스 사업에서 벌어들인 종자돈을 가지고 다시 브랜드 사업을 해서 기업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당시 동대문 시장을 관찰해보니 지방상인들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시장이었는데, 소매상인들이 도매시장 옷을 떼기 위해 매일 새벽에 관광 버스 타고 동대문까지 왔다가 한 짐을 싣고 다시 되돌아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현대사회가 바빠지니 상인들이 매번 그렇게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기존 재래시장이 지금의 방식대로 간다면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죠. 그래서 브랜드 사업해서 저분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신 시스템을 가지고 저분들 편하게 앉아서 장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IGM: 주변을 자세히 관찰해서 새로운 시장, 틈새시장을 창출하신 셈이네요.
최병오:
네.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웃음). 지금 형지가 대리점을 관리하는 기본 철학도 거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리점 사장님들 돈 벌게 해줘야 한다는 거죠. 대리점이 돈을 벌 때 본사는 저절로 잘 되니까요. 또, 직원이 신바람 나면 그 조직이 잘 되는 거 아니겠어요. 조직 운영원리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IGM: 회장님은 계속해서 중년들을 위한 브랜드에 관심을 쏟으시는 것 같습니다. 왜 하필이면 ‘여성 어덜트(중장년)시장’이었나요?
최병오: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다가 3040 여성들의 남다른 요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업체들이 영캐주얼에 집중할 때 저는 사이즈가 필요 없는 고무줄 바지를 만들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아, 이 시장이 있구나’ 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죠. 그래서 3040여성들을 위한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싼 옷’을 만들면 되겠구나 했던거죠.

동대문 시장 옷을 가지고 브랜드 사업을 하니까 컨셉을 자연히 중저가로 잡게 되었지만 고급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여성 중장년을 위한 옷들은 매우 비싸거나 아니면, 품질이 매우 낮은 저가상품들이 전부였어요. 한 마디로 아줌마들을 위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죠. 특히 중가의 브랜드들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살림과 육아가 생활의 대부분인 주부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팔뚝살과 뱃살 등이 고민에다 미혼시절 입던 옷을 못 입게 되더라구요. 새 옷을 사야 하는데 값도 비싸고 사이즈도 안 맞고요. 시장 옷을 입자니 품질과 사후서비스가 불만이니,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싼 옷’이 답이더라구요.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의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주겠다’는 신념으로 실제 주부를 피팅 모델로 써서 제품개발에 나섰습니다. 이후 마케팅과 대리점 교육을 파격적으로 진행하며 브랜드를 계속 키워나갔습니다.

#3. 동대문, 부끄러웠던 기억 이제는 자랑스럽다

IGM: 동대문에서 창업아이템도 얻으시고 배우셨던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기업오너로서 동대문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최병오:
처음에는 동대문 출신이라는 것이 창피했어요. 사실 사업하는 환경도 열악했구요. 하지만 나이 들어 보니까 그 때 동대문에서 밑바닥에서부터 배웠던 것들 것 많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 나가서도 자신 있게 ‘나는 동대문 출신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마침 어제 대전실업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고졸 출신 CEO가 없나 검색을 해서 저를 찾았던 것 같아요. 1050명 학생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IGM: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틈새시장을 생각하며 기업가를 꿈꾸는 비즈니스맨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최병오:
삶의 치열함, 헝그리 정신, 스피드를 동대문에서 배웠어요. 또 밑바닥에서부터 엄청난 현장학습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오늘날 형지그룹을 일구는데 도움이 되었죠.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굉장히 치열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동대문상인들과 부딪치며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선택 받아야 하는 삶의 치열함을 배웠습니다. 또 오너지만 제품디자인, MD, 영업도 해야 했죠. 이 모든 걸 바닥에서 다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벽에 나와서 밤새도록 장사하고 그랬지만 그때 그때 다 행복했습니다. 제가 다른 건 다 못해도 장사는 남들보다 참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웃음)




















IGM: 대리점들을 위한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대리점 지점장들을 위한 최고경영자교육을 진행하신다구요.
최병오:
살면서 항상 남들하고 차별화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게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지점장들이 바로 그 지점의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지점장들 교육에 계속 신경을 쓸 거에요. 제 장점은 좋은 지혜를 빨리 습득해서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에요. 좋은 것이 있으면, 바로 모방해서 적용합니다.

모 백화장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매장 매니저를 ‘동료사원’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저희 형지그룹의 모든 대리점에도 적용했습니다. 물론 대리점에서 따로 월급을 주지만 결국 우리 직원이라는 개념입니다. 열심히 하는 대리점의 직원들에게는 우리 본사직원과 똑같은 혜택을 줍니다. 5년 근무하면 해외연수, 10년 근무하면 우수사원 금메달이라도 주고 말이죠.

#4.10년 뒤 내 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존경받는 기업인

IGM: 지금 또 새롭게 창조할만한 시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있다면요?
최병오:
요새 아웃도어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데, 여성전용 아웃도어 제품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형지도 여성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3년 뒤면 여성들이 남자들과 같은 아웃도어 상표를 안 입을 겁니다. 여성들이 시장에서 편하게 자신들을 위한 아웃도어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와일드 로즈’라는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또, CMT(Choi Made Trend)라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시작했죠. 질 좋은 초저가브랜드로 전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행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크로커다일 레이디’가 중가브랜드인데 아직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초저가 시장이라는 것이 사실 상당히 고달프고 힘들지만 형지의 노하우와 제품력을 살려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IGM: 회장님께서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새기고 있는 가치관이 있다면?
최병오:
‘남 열 발자국 갈 때 항상 반의 반발자국만 더 가자’ 는 말을 명함 뒤에 써놓고 다닙니다. 생각하는 것, 남을 배려하는 것, 사업하는 것 등 모든 걸 다른 사람의 반의 반 발자국만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입니다. 저는 무엇이든 말만 거창한 것보다, 항상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한 발자국  앞서나가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오래 못하게 되죠. 하지만 조금씩 바꾸면서 조금씩 차별화 되는 것은 평생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습관이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IGM: 매출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100년 가는 기업, 존경 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존경을 받고 싶으신지요? 10년 후 꿈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최병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만 55세에 5000억 매출해야겠다 하니, 50대 초반에 그게 이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100억, 200억 매출을 올리며 기업하는 분들이 최병오같이 해보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바닥에서 시작해서 중간에 실패하고, 또 재기하는 과정을 모두 거친 사람입니다. 더 열심히 해서 어렵게 기업하는 분들의 롤 모델, 존경 받는 기업가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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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l2690 11-01-03 12:07
답변  
배움과 매출과 규모 등 크기에 대해 우리는 가끔 단순 비교식 기준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각자의 가치를 우선할 수 있는 비움과 여유의 생각 또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 보람과 자긍심은 나에게서 나올때 비로소 그 빛이 남에게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 도전과 성공에는 남다른 나만의 노력과 노하우가 수반되었고, 변화를 통한 내일에 대한 준비는 또 다른 사고와 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라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1평에서 수익과 경영의 실패를 딛고 1조 매출 달성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실히 따르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더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어귀퍼귀 11-05-10 00:16
답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은 참으로 많지만, 이를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이루어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진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으로 자랑스러워하시는 참기업인으로 남으시기를 바랍니다.
샬롯 11-05-23 17:10
답변  
늘 웃으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습니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사라져가고 있다는데..
회장님은 좋은 모범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한마음 11-06-21 16:17
답변  
형지의 협력업체 거래 방식도 칭찬 받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사업연혁의 한계상, 인정에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간 밟고 지나간 많은 업체들의 사장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 지 의문입니다. 물론 회장님의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겠지만, 회사 임직원들의 '윤리교육'에 어느 떄 보다 힘쓰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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